(시사저널=노진섭 의학전문기자)
55세 남성 직장인 A씨는 매일 새벽 달리기를 하며 건강을 관리해 왔다. 그런데 최근 운동 도중 갑자기 가슴이 꽉 조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처음에는 단순히 숨이 찬 것으로 생각했지만, 곧 왼쪽 팔에까지 저림이 퍼졌다. 평소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았지만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했던 그는 병원을 찾았고, 결국 협심증 진단을 받았다.
협심증은 안정형과 불안정형으로 나뉜다. 안정형 협심증은 심장 혈관이 부분적으로 좁아져 혈류가 일시적으로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반면 불안정형 협심증은 혈전이 생기거나 죽상경화반(혈관 벽에 쌓인 지방·콜레스테롤·면역세포 덩어리)이 파열되면서 혈관이 갑자기 좁아져 혈류가 급격히 감소한 상태다. 이를 방치하면 혈주식배당
류가 완전히 차단돼 심장 근육이 손상되는 단계인 심근경색으로 진행돼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불안정 협심증과 심근경색은 모두 응급치료가 필요한 급성 관상동맥증후군(ACS)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고령화와 함께 당뇨·고혈압 환자가 늘어나면서 관상동맥증후군 발생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가을철부터 겨울철까지 그 위험이 커진다. 찬바람금빛나
이 불고 일교차가 커지며 기온이 떨어지면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김성해 건국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기온이 내려가면 우리 몸의 말초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오르고, 그만큼 심장은 더 높은 압력을 견뎌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심장 근육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어 협심증 발작이 유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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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 생성이미지


스텐트에서 로봇수술까지…진화하는 치료법
관상동맥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은 가슴을 조이는 듯한 통증이다. 이는 심장 근육에 필요한 혈류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발생하는 증상이다. 특히 운동 중이거나 심리적으로 긴에어스톡
장했을 때 잘 나타난다. 짧게는 몇 분 내에 사라지기도 해 단순한 피로나 소화불량으로 착각하기 쉽다. 흉통 외에도 목·턱·어깨·팔로 퍼지는 통증, 가슴 답답함, 메스꺼움, 호흡곤란, 식은땀, 현기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찬바람을 맞은 직후나 기온이 낮은 아침, 격한 운동이나 과식 후에 이런 증상이 반복된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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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가면 심전도, 심장 초음파, 운동부하 검사 등을 통해 심장 혈류에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심장 CT(컴퓨터단층촬영)나 관상동맥조영술 같은 정밀검사도 시행된다. 
진단 결과 안정형 협심증이라면 증상을 줄이고 심근경색으로 악화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치료가 이뤄진다. 의사는 금연, 균형 잡힌 식단, 체중 관리, 규칙적인 운동 등 심장 부담을 줄이는 생활습관 개선을 권고한다. 이와 함께 혈관을 확장해 혈류를 개선하거나 증상을 완화해주는 약물이 처방된다. 상태가 비교적 가볍다면 시술이나 수술 없이 약물치료만으로 관리할 수 있다.
혈관이 심하게 좁아진 불안정형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인 경우는 응급으로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PCI)이 필요하다. 흔히 '스텐트 시술'이라 불리는 이 치료법은 허벅지(대퇴동맥)나 손목(요골동맥)을 통해 기구를 넣어 심장까지 도달한 뒤, 풍선으로 막힌 부위를 넓히고 스텐트(그물망)를 삽입해 혈관이 다시 좁아지지 않도록 한다. 최근에는 손목을 통한 시술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시술 후 출혈 위험을 줄이고 회복을 빠르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스텐트 시술은 막힌 부위가 한 곳일 때 유리하며, 시술 시간이 짧고 회복이 빠른 장점이 있다. 
만일 막힌 혈관이 여러 곳에 있거나 주요 혈관(좌주간부)이 막힌 경우, 또는 당뇨병 환자라면 관상동맥우회술(CABG)이 권고된다. 이 수술은 가슴, 다리, 손목 등에서 채취한 혈관을 이용해 막힌 부위를 우회하는 새로운 혈류 통로를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관상동맥우회술은 스텐트 시술보다 재시술률이 낮고, 장기적으로 심장 관련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관상동맥증후군 치료법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체내에 자연 흡수되는 '생체 흡수성 스텐트'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는 기존 금속 스텐트의 한계였던 재협착과 장기적 부작용을 줄이고, 향후 관상동맥우회술이 필요할 때 수술 접근을 용이하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관상동맥우회술 분야도 최소 절개 수술과 로봇 보조 수술이 도입돼 환자의 회복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관상동맥증후군 치료는 혈류를 개선할 뿐, 죽상경화반 자체를 근본적으로 없애지는 못한다. 이 때문에 시술 부위가 다시 좁아지는 재협착이나, 스텐트 내부에 혈전이 생기는 스텐트 혈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약물방출 스텐트' 보급으로 재협착률은 5~10% 수준까지 낮아졌지만 흡연, 고지혈증, 당뇨병 같은 위험 인자가 있으면 재발 위험은 여전히 높다.
관상동맥증후군 재발을 막기 위해 최근 가장 강조되는 치료는 '심장 재활'이다. 심장 재활은 단순한 운동치료가 아니라 식습관 교정, 금연, 스트레스 관리, 약물 복용 교육, 맞춤형 운동 등을 종합적으로 시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위해 심장내과 전문의를 비롯해 간호사, 물리치료사, 영양사, 심리상담사 등 다양한 전문가가 팀을 이루어 환자를 돕는다.



ⓒ시사저널 임준선


심장 재활, 재발 위험 30% 낮춰
심장 재활에 참여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재발 위험은 물론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약 25% 낮아진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다.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서도 스텐트 시술 환자가 심장 재활에 참여했을 때 1년 내 재발 위험이 32%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협착된 혈관이 3개 이상인 환자와 스텐트를 2개 이상 삽입한 환자가 심장 재활에 참여할 경우는 재발 위험이 더 낮았다. 
이에 따라 미국심장협회(ACC)와 미국심장학회(AHA), 유럽심장학회(ESC) 등 주요 학회는 관상동맥증후군 환자 관리를 위한 심장 재활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심장 재활은 단순한 선택 사항이 아니라, 생존율을 높이고 재발을 막는 필수 치료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찬주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장 재활은 흉통을 줄이고 재발로 인한 입원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또 교육을 통해 약물 복용 순응도가 높아지면서 삶의 질이 개선되고, 궁극적으로는 생존율 향상으로 이어진다. 스텐트 시술 환자라면 재발을 막기 위해 반드시 심장 재활에 참여해야 한다. 미국 등 외국에서는 이미 심장 재활이 활발히 시행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적극적인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상동맥증후군의 기본 치료는 '스텐트 시술'이다. 사진은 한 대학병원 의료진의 스텐트 시술 모습 ⓒ시사저널 최준필





검은색으로 보이는 관상동맥에 스텐트를 삽입한 영상


증상 없어도 조기 발견 위한 '정기 검진' 필수
하지만 심장 재활이 꼭 필요한 환자 10명 중 실제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은 1명 남짓에 불과하다. 미국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아 참여율이 20~30% 수준에 머무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심장재활센터를 갖춘 의료기관은 전국적으로 손에 꼽을 정도여서 환자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찬주 교수는 "병원이 심장재활센터를 운영하려면 다수의 전문인력과 전용 공간, 설비가 필요하지만 수익성이 낮아 실제로 이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은 매우 적다. 주 3회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프로그램 특성상 고령 환자에게는 큰 불편이 된다. 무엇보다 의료진과 환자 모두 심장 재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관상동맥증후군을 예방하려면 건강한 생활습관 관리가 필수적이다. 흡연은 관상동맥을 직접 수축시키고 죽상경화 진행을 촉진해 관상동맥증후군 발병 위험을 2~4배 이상 높이는 대표적 위험 요인이다. 음주 또한 심장 리듬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협심증 발작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금연과 금주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예방 수칙이다.
식습관 개선도 관상동맥증후군 예방에 도움이 된다. 기름지고 짠 음식은 줄이고, 채소·생선·견과류·올리브유를 중심으로 한 지중해식 식단을 실천하면 예방과 관리에 효과적이다. 규칙적인 유산소운동 역시 심혈관 건강을 강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이 대표적이며, 무엇보다 자신의 체력에 맞게 무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운동 중 가슴 통증이나 불편감이 나타나면 즉시 중단하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관상동맥증후군 위험이 커지는 가을과 겨울에는 운동 시 보온에 신경 쓰고, 차가운 공기를 직접 들이마시는 새벽 운동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심혈관질환 위험 인자가 있는 사람은 오전 10시 이후에 야외활동을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
관상동맥증후군 예방에는 무엇보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중요하다. 이찬주 교수는 "관상동맥증후군은 동맥경화증이 근본 원인이니만큼, 이를 유발하는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관리가 필수적이다. 문제는 이런 위험 요인들이 대부분 뚜렷한 증상이 없어 정기검진을 통해서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실제로 관상동맥증후군이 검진 과정에서 처음 확인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현재 국가건강검진에서는 이상지질혈증 검사를 일반 성인의 경우 4년마다 시행하고 있으나, 조기 발견과 예방을 위해 검진 간격을 2년으로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