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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열린 '세계 라면축제'를 놓고 혹평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라면 축제인데 뜨거운 물이 없어서 라면을 먹을 수 없는 이 엉터리 행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밀착카메라 이가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주 부산에서 열린 세계 라면축제에 간 김현주 씨 가족.
[김현주(가명)/세계라면축제 방문객 : 부스라고 세워진 거는 라면 부스 2개 있는데 거기도 한국 라면 2개 이렇게 세워져 있고 라면도 못 먹는 거예요. 전기가 안 들어와서 물이 안 끓여지니까.]
1인당 만원 입장료 말고도 피해는 컸습니다.
[김현주(가명)/세계라면축제 방문객 : KTX까지 끊고 직장인의하루5초 호텔까지 다 예약을 해서 갔어요. 저희 아이는 기대하고 갔는데 이게 뭐냐고 막 이러면서 속상해하고.]
온라인에서 혹평이 쏟아진 이곳, 직접 가봤습니다.
울퉁불퉁한 흙바닥에, 라면 진열대는 빈 곳이 더 많습니다.
'전 세계의 라면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이색적인 지역 축제'라고 해서 제가 입장료 1만 회사원 서대리 원을 내고 들어왔는데 정작 와 보니까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렇게 국내 마트에서도 살 수 있는 라면 먹는 게 전부인 것 같습니다.
유명 가수 공연 같은 부대행사도 줄줄이 취소됐습니다.
지난 2일부터 11일까지 열흘 동안 열린 이 축제.
지자체 공식 행사는 아니고, 민간 업체가 연 행사입니다.
전기세 업체 대표는 사실상 연락 두절 상태.
대신 현장에서 중간 관리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축제 주최 업체 부사장 : 준비성이 좀 부족했고 여러 가지 뭐 자금 문제도 있고 그런데 처음 하다 보니까 시행착오가 있었겠죠. 이렇게 광범위하게 해놓고 진행이 안 된 점은 참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취득세 계산 하지만 주최 측 준비 부족 탓이라고만 하기엔, 더 짚어볼 부분이 많았습니다.
제가 포털 사이트에 세계 라면축제를 검색해보겠습니다.
한국관광공사가 제공하는 지역 축제 소개 웹사이트가 나옵니다.
이때가 혹평이 쏟아지던 축제 엿새 째인데도, "전 세계 라면을 즐기는 축제, 지역 대표 축제"라는 안내가 여전히 철거민 나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에도 같은 내용이 뜹니다.
아무도 관리 안 하는 걸까요?
[한국관광공사 관계자 : 행사 주최 기관이 어떤 서식에 맞춰서 제출하면 저희가 그걸 그대로 (홈페이지에) 올려주는 형식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별도의 편집을 하거나 하진 않아서 조금 실수가 발생한 것 같아요.]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7일 취재진의 연락을 받고, 이 페이지를 삭제했습니다.
또 "앞으로는 민간 축제도 지자체장 추천을 받아 글을 올리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축제 후원 주체 중 부산광역시의회가 포함된 것도 논란입니다.
이게 문제인 이유, 이 축제가 그럴싸하게 보이게 된다는 점입니다.
[축제 설비 공사 업체 : 부산시의회가 하는 거니까 당연히 이제 그런 쪽으로는 걱정이 없을 것으로 생각을 했죠.]
부산시의회에 경위를 물었습니다.
[부산광역시의회 관계자 : 복지 관련 단체 이런 데서 많이 관여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공익상 이유 때문에 후원 명칭만 단순 제공하는 거로 승인이 나갔고 그 외에 예산이나 기타 지원은 없었다고 하네요.]
아무리 지자체 주최가 아니라 하더라도 지역 주민 방문이 잦은 만큼 기장군청이 제대로 감독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금은 철거가 됐는데 이곳에는 닭꼬치나 아이스크림 등을 파는 포장마차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식·음료를 판매하려면 임시 영업 허가를 지자체로부터 받아야 하는데 확인해 보니 무허가였습니다.
[기장군청 관계자 : 허가를 안 내줬고 일단은 무리다 이렇게 말을 했는데도 자기들이 그냥 진행했어요. 자기들이 임의로 장소를 정하고 축제를 여는 거라서 사실 저희도 좀 당혹스러운 상황이거든요.]
기장군은 축제 종료 이틀 전이 돼서야, 주최 측을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고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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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주최 업체 서울 사무실에선 대금을 받지 못한 축제 설비 업체 관계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축제 공사 업체 관계자 : 3일 날 대금의 50%를 지급하기로 했다가 지금 얘기가 바뀌어서 7일 날 지급을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연락이 두절돼서…]
업체마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 대금 지급이 밀려있어 추가 피해가 예상됩니다.
그냥 '황당한 일이 있었네' 하고 끝내서는 안 됩니다.
지역 주민과 또 관련 업체에 막대한 피해를 준 이런 엉터리 민간 축제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번 행사의 모든 과정을 꼼꼼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작가 유승민 / VJ 장준석 / 영상편집 홍여울 / 취재지원 홍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