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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이슬기 프리랜서 기자]
▲ 5월1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비서실
'한덕수'가 너무 많다. 보도량 말이다. 기사건 뉴스건 죄다 한 전 총리의 행보로 도배가 됐다. 실제 총리직 사퇴는 지난 1일, 출마 선언은 2일에 했다. 그러나 지난달 4일 윤석열 파면 선고 직후부터 '한덕수 대망론'(매일일보 <국힘 인물 기근에 '한덕수 대망론'까지… 민주당은 일단 견제구> 2025년 4월7일), '한덕수 차출론'(조선일보 <한덕수 차출론까 무이자자동차할부 지… 국민의힘, 있는 카드 다 꺼낸다> 2025년 4월8일)이 슬금슬금 올라오더니 각종 '단독'이 붙은 출마 시점을 예고하는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주로 종편을 위시한 보수 언론들이 이런 기사들을 양산했지만, 경제지나 진보 언론들도 이를 부지런히 좇아가는 양상을 띤다.
기실 한 전 총리의 현실은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우리카드 포인트 도 발표된 공약이 하나도 없는 후보라는 것이다. (한겨레신문, <'단일화 올인' 한덕수, 공약 발표는 0개… 아직도 “준비 중”>, 2025년 5월5일) 그러나 내란 국면에서 거듭 탄핵 반대 의사를 밝혔던 윤석열 정권의 고용노동부 장관(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과 불법적 비상계엄에 다소간 책임이 있는 같은 정권의 국무총리(한 전 총리)가 벌이는 '단일화 힘겨루 르노삼성 SM5 디젤 기'가 온갖 보도를 잠식했다. 캠프의 인선과, '누구누구 예방'과 같은 후보의 동선 하나하나에 모두 '단독'을 붙인 중계식 보도가 이어진다.
한 전 총리가 누굴 만나는지, 언제 출마하는지 시점을 알아내라고 기자들을 닦달했을 데스크들과, 이를 알아내기 위해 정치인들에 수차례 전화를 돌렸을 일선 기자들, 여론 동향을 봐가며 자신의 필요에 따라 주식매매대출 기자들에 넌지시 말을 흘렸을 대선 캠프의 정치인들을 생각하면 이 모두가 쓸데없는 노동력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이전부터 '아니면 말고' 식이거나, 모두가 알게 될 일을 한 시간 먼저 '쏘는' 하마평 기사에 쏟는 기자들의 공력이 너무 아까웠던 나로서는 이들에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가 의도적인 것인지, 혹은 관성적으로 중계 보도를 하다 보니 생겨난 참사인 것인 재정 지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 5월2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공약도 없는 후보의 공허한 발자취를 좇는 가운데, 정작 필요한 공약 검증은 실종되고 있다. 그나마도 경제나 개발에 관한 청사진들은 나오지만, 윤석열 퇴진 광장의 주역이었던 2030 여성들의 주요한 목소리인 성평등 공약은 민주노동당, 진보당 같은 군소정당 외에는 찾아볼 수가 없다. 진영논리와 단일화 공방이 모든 걸 잠식한 조기 대선 국면이지만,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할 새 정부의 처지를 생각해보면 더욱 묻지 않을 수 없다. 너의 공약이, 그 중에서도 성평등 공약이 무엇이냐고.
정치권이 성평등 공약을 '나몰라라'하고, 언론의 화력이 모두 '빅텐트'와 '단일화' 공방으로 쏠린 사이, 젠더 기반 폭력과 여성 혐오 범죄들은 관심의 사각지대로 내몰렸다. 최근 한 달 새만 해도 경기 시흥에서 30대 남성이 전 부인이 일하는 편의점을 찾아가 흉기로 살해하고 가게에 불을 질렀으며(4월1일), 인천 미추홀구에서는 50대 남성이 사실혼 관계의 5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4월21일), 서울 미아역 인근에서 30대 남성 김성진이 휘두른 흉기에 일면식도 없는 60대 여성이 숨지고 40대 여성이 다쳤으며(4월22일), 경기 이천에서는 30대 남성이 전 여자친구와 그의 남자친구를 살해했다(5월4일). 가정 폭력 또는 교제 폭력의 성격을 띠는 젠더 기반 폭력이거나, 여성만을 겨냥한 여성혐오사건이지만 2016년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이 불러온 파장에 비해 언론의 주목도는 높지 않다. 미아역 여성 살인사건은 '묻지마 난동', '칼부림'으로 표기됐고, 전남 순천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해 이달초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박대성 사건도 여전히 '묻지마 살인'이다.
그나마도 이들 사건들에 관심을 가진 대선 후보는 단 둘,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와 김재연 진보당 후보였다. 이들만이 대선 전에서 페미니스트임을 천명했고, 구체적인 성평등 공약을 선보였으며, 미아역 여성 살해 현장을 찾아 추모했다. 그러나 이들의 성평등 공약을 보도한 곳은 한겨레21과 여성신문, 오마이뉴스를 제외하면 전무하다시피하다. 이들 이름으로 파면 선고일인 지난달 4일부터 이달 5일까지 빅카인즈에서 검색되는 기사 수를 보면 권영국 101건, 김재연 212건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이재명'이 언급된 기사는 3만 885건으로 대선 후보들 중에 가장 많고, 이어 한덕수 1만 8900건, 김문수 1만 2020건, 이준석 4365건 순이다. 대선전에서 페미니스트 후보들이 갖는 언론의 관심은 권영국·김재연 두 후보를 합해도, 내란에의 책임이 있는 한덕수의 1.65% 수준이다.
▲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왼쪽)와 김재연 진보당 후보. 사진=민주노동당·진보당 페이스북
이쯤 되면 '대선 후보' 한덕수의 체급은, 그가 원래 지닌 자산인지 언론이 밀어 올린 것인지 헷갈릴 수준이다. 윤석열 퇴진 광장이 밀어 올린 사회대개혁의 여망을 생각해 볼 때, 6·3 조기 대선은 단순히 어느 한 후보의 승리로 끝나는 'Win or Nothing'의 세계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언론은 대선 후보들에 공약을 물어야 한다. 당연히 성평등 공약은 개중 제일 앞단에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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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왼쪽)와 김재연 진보당 후보. 사진=민주노동당·진보당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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