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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서울에서 출생한 한 회장은 강원 원주농업고등학교를 거쳐 1959년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62년 농협중앙회 공채 1기로 입사해 강원 양구군 농협 서기로 처음 농협 생활을 시작했다. 농협중앙회 지도과장으로 승진한 1969년부터는 이동(里洞)조합의 통합과 농협 상호금융 도입의 ‘산파’ 역할을 했다. 전국 리·동마다 있던 1만6000여개 농협을 읍·면 단위 1500개로 통합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하면서다. 1969년 7월 전국 150개 농협을 시작으로 ‘상호금융’을 성공적으로 도입하며 이름을 예식장 식대 알렸다. 당시 서봉균 농협중앙회장이 대리 1년차이던 고인을 과장으로 파격 승진시키며 관련 업무를 맡긴 것은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1972년에는 새마을운동 담당관으로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돼 7년간 새마을운동 확산에 기여했다. 농협에 복귀한 뒤 농협중앙회 이사(1980년)와 부회장(1983년)을 거쳐 1988년 3월 제14대 회장에 임 주유소 명됐다. 당시 정부가 중앙회장을 임명하던 시대였음에도 고인에게는 ‘할 말 하는 회장’이었다는 수식이 붙는다. 중앙회 내부에 조합장을 대표로 하는 분과위원회를 꾸리고 농산물 수입 개방, 농어촌 조세감면 등에 대응해 나가면서다. 한 회장은 1989년 ‘신토불이’ 운동을 직접 기획, 확산시키며 전국에 ‘우리 농산물 애용’ 바람을 일으켰다.
고 연말정산대출상환 인은 ‘초대 민선 농협중앙회장’이기도 했다. 1990년 처음 치러진 농협중앙회장 조합장 직선제에서 제15대 농협중앙회장에 선출됐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으로 ‘농심(農心)’이 요동치던 시절, 민선 회장으로 농산물 수입 개방 저지 운동의 맨 앞자리에 섰다. 1990년 UR 협상안 거부 결의대회에서 ‘농촌부흥세 신설’ 아이디어를 내 농어촌발전특별세(농특세 현대카드 )의 초석을 놓았고, 1991년 11월부터 쌀 수입 개방 반대 서명운동을 대대적으로 이끌었다. 당시 서명운동은 ‘최단시일 내 최다인원 서명(43일·1307만8935명)’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한 회장은 1988∼1994년 농민신문사 사장으로도 재직하며 지면 신문 주 3회 발행 체제 구축, 비판 보도 기능 강화 등의 성과를 남겼다. 당시 캐피탈즉시대출 ‘농민신문’을 통해 ‘농민의 날 제정 여론조사’를 주도하며 현재의 ‘농업인의 날’ 제정에 밑거름을 뿌리기도 했다.
농협 생활을 마무리한 뒤에도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유민주연합 전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농업·농촌 대변자 역할을 이어갔다. 이후 2003∼2012년 농협동인회장을 맡는 등 농협 발전을 향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한 회장은 2023년 10월 열린 농협동인회 미수연에서 “이제 노쇠해서 걸음도 잘 못 걷지만 마음만은 농협을 떠날 수 없고, 농협과 함께해온 세월을 평생 잊지 못한다”며 “지난 60여년 농협인들이 걸어온 역사처럼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10년 후에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농협과 농촌이 되리라 기대한다”고 마지막 당부를 남겼다. 그날도 미수의 노장은 왼손에 지팡이를 쥔 채 ‘농협의 노래’에 맞춰 오른손을 힘차게 흔들었다.
한 회장은 농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새마을훈장·문화훈장·보국훈장을 받았다. 저서 ‘협동조합 지역사회로 가는 길, 신토불이’를 남겼다. 유족으로는 부인 신성자씨와 3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