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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새 정부가 출범하자 전 정부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며 무산됐던 '양곡관리법' 개정이 본격화했다. 미곡 의무매입, 양곡 가격안정제 신설, 논 타작물 재배지원 등을 주요 내용으로 9건의 개정안이 발의됨에 따라 쌀값 안정화를 외쳤던 농가들 사이에선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깔리고 있다. 남도일보 취재진이 쌀 값 하락으로 오랜 기간 속앓이했던 벼 재배 농가들을 만나 속사정을 들어봤다.
◇"쌀 값 빼고 다 올랐다" 농가 아우성
17일 오후 전남 나주시 다시면 가흥리의 한 들녘에선 적기 수확을 위해 정부지원대출 농부들이 막바지 모내기 작업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다시면은 영산강과 맞닿아 예부터 밀, 보리 등을 이모작을 하기에 좋은 재배환경을 갖추고 있고 일모작을 하는 다른 지역에 비해 이앙 시기가 늦다.
이에 다시면의 농부들은 이날 30도에 육박하는 땡볕 아래에서도 분주히 모판을 실어 나르며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모습이 특별조치법 었다.
더위도 잊은 듯 모내기에 여념이 없는 듯 보였지만 이들의 마음 한 편에서는 올해 재배한 쌀이 제 값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섰다.
정부가 벼 재배 면적 감축 등 쌀 값 붙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과잉공급이 지속되며 쌀값 하락이 장기화됐기 때문이다.
집안 대대로 벼 농사를 짓고 산 최경수(53) 한국장학재단 대출거절 씨는 "기계값, 농약·비료값, 인건비는 다 오르는데 쌀값만 제자리 걸음이니 농가에선 현재 책정된 가격이 터무니없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연로하신 분들은 정보 습득력이 떨어져 작은 땅에서 평생 해온 벼 농사 외엔 할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휴경하면 보조금을 준다는데 쌀 가격 자체를 일정 수준으로 보장해주는 것보다 나 일자리 은 해결책은 없다. 윤석열 정부에서 장려한 분질미(가루쌀) 재배도 일반 벼 농사와 비교해 수익에 큰 차이가 없다"면서 "대부분의 농촌에선 고소득 작물도 같이 재배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게 현실이다"고 토로했다.
◇쌀 값 하락, '구조적 과잉 공급' 원인
이렇듯 벼 재배 농가의 시름이 깊어가는 상황에서 정부는 재배 면적 주식담보대출이자 감축을 비롯해 벼 이외의 전략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대해 직불금을 지원하는 등 여러 쌀 값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벼 재배 농가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으나, 쌀 소비량 감소세가 생산량 감소세를 앞지르며 '구조적 과잉 공급' 상태에서 쌀값이 지속 하락하면서다.
실제로 전체 농업생산액 중 쌀 생산액 비중은 2005년 24.3%(8.5조 원)에서 2022년 13.1%(7.9조 원)로 감소했다. 전체 농가 가운데 쌀 농가의 비중 역시 같은 기간 73.7%(93만 8천호)에서 51.9%(53만 1천호)로 줄었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평균 쌀 소비량 감소율은 1.4%인 반면, 생산량 감소율은 1.3%에 그쳤다. 생산보다 소비 감소폭이 더 큰 셈이다.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의 경우 2005년 80.7㎏에서 2023년에는 56.4㎏으로 감소하는 등 해마다 큰 폭으로 주저앉고 있다. 서구화한 식습관과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다양해진 게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새 정부에선 달라지길…
그럼에도 농심은 새로 들어선 정부가 '국가 책임 농정'을 약속한 데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농림축산식품분야 공약을 발표하며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기까지 뿌리에는 농업인의 땀과 눈물, 헌신이 있었다"며 "이제는 국가가 책임 있는 농정으로 응답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쌀값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벼 재배 농가들이 희망을 품고 올해도 들녘으로 나가는 이유가 되고 있다. 다만, 막대한 재정 투입에 대한 우려는 숙제로 남는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 10년 전 나주로 귀농한 임준택(54) 씨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농업정책이 쉽게 바뀌는데, 정권에 관계 없이 일관된 방향성을 갖고 장기적 관점에서 농가에 필요한 정책들이 추진돼야 한다"며 "새로운 대통령이 농업에 관심을 갖겠다고 공언한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실한 대안을 마련해 농업의 체질 개선을 이뤄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신광섭 나주 남평농협 조합장은 "농촌의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기 때문에 쌀 이외에 부가 수익이 없는 고령의 농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위탁 영농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면서 "양곡관리법 개정이라든지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제도 등 법안들이 통과돼 신음하는 농가들을 살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정석 기자 p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