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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업 업체 압박하는 안경사협회



1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노원경찰서, 경기 광주경찰서 등 수도권 경찰서 네 곳은 지난 2~3월 렌즈 유통 플랫폼 업체 렌블링, 피픈컴퍼니, 꽃보라, 옵틱라이프를 상대로 한 안경사협회 측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하고 있다. 안경사협회엔 5만여 신한생명텔레마케터 명의 안경사가 속해 있다.
고발된 업체들은 홈페이지와 앱에서 렌즈를 주문받아 소비자가 지정한 제휴 안경원으로 배송해주는 방식으로 렌즈를 판매한다. 협회는 이런 서비스가 안경 및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를 금지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의료기사법)에 위반된다며 고발했다. 이미 처벌받은 사례도 있다. 수원지방검찰청은 2월 렌즈 사이트를 운영 새마을금고 1년적금 한 A씨에 대해 의료기사법 위반으로 벌금 1000만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A씨는 지난해 4~12월 수원 장안구 L사 사무실에서 의료기사 면허 없이 픽업 서비스를 이용해 콘택트렌즈 3994만원어치를 판매했다.
안경사협회는 픽업 서비스를 통해 제품을 판매한 안경사들의 무더기 징계를 예고했다. 협회는 최근 프랜차이즈 안경원 본사 6곳(110 부산개인회생파산 0여 곳)과 일선 지역 안경원 900여 곳에 내용증명을 보내 온라인 유통 플랫폼 업체와 제휴하면 면허를 정지하겠다고 경고했다.
 ◇“안경사 안내받아 수령…적법”
유통 플랫폼 업체들은 픽업 서비스가 온라인 판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이들 업체로 구성된 콘택트렌즈픽업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픽업 서비스는 고객이 오프라 하나은행 대출금리 인 안경원에 방문해 안경사에게 안내받은 후 수령하는 방식”이라며 “직접 배송하지 않고 비대면 판매도 하지 않아 의료기사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해명했다. 2021년부터 픽업 사업을 운영해온 윙크컴퍼니도 “소비자가 예약할 뿐 안경원과 고객 간 계약 체결, 결제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윙크컴퍼니는 ‘장원영 렌즈’로 유명한 피피비스튜디오스 자회사다.
지원기관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렌즈 픽업을 놓고 ‘검증 없이 렌즈를 판매하면 안구 건강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의견과 ‘경쟁을 통한 가격 하락은 소비자에게 좋은 것’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일선 안경사들의 생각도 제각각이다. 안경사 커뮤니티인 아이옵트 게시판엔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정당한 판매인데 협회가 과도하게 막는다’ ‘온라인 플랫폼 업체에 잠식돼 (안경원이) 렌즈 택배 보관함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 등으로 의견이 분분하다.
한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는 “법상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자가 안경과 렌즈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국민 건강 증진 때문”이라며 “적절한 선에서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규제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렌즈 온라인 판매 금지가 과도한 규제라고 판단해 2023년 규제 혁신 방안에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3월 한 안경사가 낸 콘택트렌즈 온라인판매 금지 위헌법률심판제청에서 8 대 1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고, 이후 플랫폼 업체들은 픽업 서비스로 우회해 판매를 지속하고 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