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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양강인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13년 만에 동시에 한국을 방문한다.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전 세계의 이목이 경주로 쏠릴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 통화를 마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한국에서 자신이 시 주석을 외신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첫 미중 정상회담의 무대로 정해진 것이다. 두 정상의 직접 대면은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6년여 만이다.

특별한 한반도 APEC
APEC 정상회의는 더러 미중 정상 간 만남 기회로 활용돼 왔다. 시 정품컨버스 주석이 직접 가는 드문 다자 회의이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도 2023년 11월과 지난해 11월 각각 미 샌프란시스코와 페루 리마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과 회동했다.
그러나 이번 APEC 미중 정상회담은 불발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그간 양국은 무역과 펜타닐(합성 마약)의 미국 유입, 러시아·우크라이나 디딤돌 최상위수학 전쟁 등 여러 사안에서 대립해 왔다. 쟁점이 돼 온 중국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의 미국 사업권 매각 문제에서 두 나라가 합의점을 찾은 게 회담 성사의 실마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에 시 주석과 거의 2시간 통화했다며 “매우 좋은 대화였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뒤 “긍정적·건설적이었다”는 평가 rotc 를 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다만 관세와 수출 통제 등 핵심 쟁점에서는 여전히 양국 입장 간 간극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의 웬디 커틀러 부회장은 이메일로 언론에 배포한 성명에서 “틱톡 관련 합의 도달은 고무적이지만 펜타닐, 대두, 핵심 광물 및 자석, 중국 제조업 수출 증가 퀵서비스 등 양국 관계를 위험에 빠뜨릴 만한 요인이 양국 의제에 남아 있다”며 “합의점(landing zone)을 찾으려면 양국 모두 앞으로 몇 주, 몇 달간 실무, 장관, 정상급에서 집중적으로 관여(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번 APEC 계기 미중 정상회담이 다음 회담을 위한 분위기 조성 용도로 활용되리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 게시물에서 “내가 내년 초(in the early part of next year·통상 내년 1~3월을 지칭) 중국을 방문하고 시 주석도 마찬가지로 적절한 시기에 미국으로 오는 것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국이 미중 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해 온 말하자면 ‘중립 지대’였던 만큼 내년 중국에서 열릴 양국 간 본격 회담으로 가는 길에 놓일 ‘징검다리’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

북핵 해결 불씨만 살려도



시진핑(위 가운데)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위 왼쪽)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위 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영접 행사가 열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도착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한국으로서는 외교적으로 큰 성과다. 미중 정상이 한국을 동시에 찾는 것은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이후 13년 만이다. 미중 간 패권 경쟁은 세계 각국의 안보와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이 맡겠다고 이재명 대통령이 공언한 초강대국들 사이의 ‘가교’ 역할을 시각적으로나마 구현하게 된 데다 경주에서 미중 관계를 안정화할 타협안이 찾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10월 31일부터 이틀간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가 올해 최대 외교 이벤트로 급부상하게 됐다.
정부는 APEC 정상회의 때 미국, 중국과 각각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찾는 것은 2019년 6월 이후 약 6년 만이다. 시 주석은 2014년 7월 이후 11년 만에 한국 땅을 밟는다. 미중 전략 경쟁 심화와 북중러 3국 결속 움직임 속에 약화한 북핵 문제 해결의 불씨만 살릴 수 있어도 의미 있는 성과라는 자평이 가능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 중국을 방문하기로 시 주석과 합의했다고 밝힌 만큼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한국보다 우방인 중국에서 자신과의 재회를 바란다고 누차 밝혀 온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편이 덜 부담스러울 수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 시 주석, 김 위원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는 것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거론한 바 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