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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함께 나누는 대화… 다방에선 문학적 감성이 더



젊은 시절에는 여름에 글을 많이 썼다. '더위를 이기자'라며 스스로에게 대결하는 마음이 늘 잠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기자'는 명제는 내 의식의 주인공인 만큼 젊은 시절에는 일상생활과도 거의 투쟁적인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폭염, 폭우라는 낱말이 일상이 됐다. 여름은 이제 투쟁이 아니라 굴복으로 바뀐 노인의 일상이 되고 말았지만 굴복만이 아니라 나름의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 환산 으로 가끔 혼자 동네 카페에 가서 차를 마신다. 시원하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인간의 가장 강력한 욕구는 마음을 말로 다른 사람에게 연결하는 일이다. 말하자면 '대화'다. '회의'나 '논의'가 아니다. 무겁거나 심각한 내용이 아니라 가볍지만 목구멍까지 차올라 상대에게 반드시 건네야 하는 말이 존재하는 것이다. 상대가 없 근저당권 설정비 다면 혼잣말이라도 뱉어야 하는 그런 말이 사람에게는 있다.
다방은 그렇게 시작했을 것이다. 본능에 충실하고 싶은 공간과 의자가 있는 곳이다. 마당이나 마루라는 집 공간의 한쪽이 아니라 집을 떠난 어느 공간에 커피가 있고, 서로 마주 보는 의자가 놓여 있고, 띄엄띄엄 모르는 사람이 드문드문 앉아 있는 이 별개의 공간은 설레고 낯설고 약간의 은퇴자금계산기 이탈 같은 느낌까지 주는 장소라는 점에서 매력이 있었던 것이다.
시간제한도 없고 커피 한잔이면, 아니 계란 반숙 하나면 앉아있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대학 시절 1960년대 초에는 그랬다. 계란 반숙이 있었다. 모닝커피라고 해서 커피 위에 계란 노른자를 얹어주기도 했다. 밤이면 남자들은 '위티'를 부르며 두 손을 번쩍 들었 네이트 친구추가 다. 도라지 위스키를 즐겨 마시던 남자들이 있었다. 같이 마시면 안 되는 걸로 알았다. 그래서 계란 반숙을 먹었던 것이다. 그것이 훨씬 여성적이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곳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무슨 문화생활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가장 좋은 점은 친구들과 끝도 없는 수다를 늘어놓는 것이었다. 속이 시원했다. 시와 문학 이야기는 없 대부업등록업체 었지만 다방은 왠지 문학적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일기장에 '나는 다방에 갔다'라고 쓰면 시가 풀리는 듯했다. 문학적 감성은 그렇게 이탈공간에서 더 차올랐던 것이다.
요즘 어디를 가나 스타벅스가 있다. 한국 다방이 미국보다 훨씬 먼저 탄생했는데도 스타벅스는 한국의 거리를 장악하고 있다. 스타벅스를 말할 때 1950년대 자유부인을 생각했다. 교수 부인을 남모르게 만나는 장소가 다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더 먼저 우리나라에는 다방이 있었다. 1936년 조선중앙일보에는 '다방'이라는 이용악의 시가 실려 있었다.
바다없는 항해에 피곤한
무리들
다방은 거리의 항구
다방을 지친 삶을 의지하려는 항구에 비유하고 있다. 암울한 굴레의 식민지 현실 일상의 속박을 벗어난 지친 젊은이들에게 위로가 되었던 장소였던 것이다. 채만식 역시 1939년 잡지 '조광'에 '가스난로 가까이 푸근한 쿠션에 걸터앉아 잘 끓은 커피를 한잔 마시며 명곡 한 곡조를 들으면 그 맛이란 도회인만이 누리는 낙인 것이오'라고 했다.
한국인으로 가장 먼저 문을 연 다방은 '카카튜'이다. 1928년 9월이었다고 한다. 관훈동 초입에 우뚝 서 있는 3층 벽돌집 가운데 1층이었다. 1929년엔 멕시코 다방이 문을 열었다. 덕흥서림 옆 낙원회관 맞은편이다. 내부는 구본융이 관여해서 더 유명하다. 커튼은 염색을 한 광목을 사용해 원초적 분위기를 내었다고 한다.
그 옆에는 다방 '뽄아미'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종로다방의 주인공은 바로 '제비'다. 1933년 시인 이상이 개업한 다방이다. 종각역에서 피맛골 사이 정도라고 한다. 이상과 친한 박태원의 말로는 제비는 장식도 없는 벽 중간에 그림으로 걸려 있고, 자주 가게를 비웠다고 한다. 거긴 포트랩도 없고, 칼피스도 없고 그저 홍차 정도가 있었다. 다방이 무엇인가 논의도 많았다. 커피를 마시는 기분을 파는 곳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다방에서 아는 얼굴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이상은 말했다. 사람이 꿈조차 고독하다면 그것은 정말 외로운 일이라고. 다방은 고독한 꿈이 다른 사람에게 악수를 청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박현수 교수의 '종로다방'에서 읽은 이야기들이다.
마음을 털어 교감을 나누면서 과하게 웃다가 그 뒷감정이 쓸쓸해도 다시 가리라는 마음을 주워담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인들 아니 사람들….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더불어 함께하는 만남이라는 생각이 든다. 밥을 먹고 서로 같이 차를 마시는 시간은 영적인 부활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의 거미줄을 싹 거두어내는 수다 때문일 것이다. 속을 풀어내는 일은 치유의 첫 단계다. 부지불식간에 삶의 결을 거스르면 울림을 만나지 못한다. 카페는 울림 있는 시심을 유발한다.
그래서일까. 대화 없이 홀로 있고 싶으면 비 내리는 날 카페를 간다. 그리고 채우지 못한 시 마지막 줄을 생각한다. 유별난 이 여름은 가고 있는가?
신달자 시인 #커피 #대화 #다방 #문학적 감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