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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다. '무삼'이라는 게 있는 줄. '무삼'이 안동 지역에서 옷감으로 쓰였던 삼베의 하나인 줄. 예전에 상갓집 상주들이 입고 있던 누런 옷이 바로 '무삼'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또 10여 년 전 경북도청을 출입할 때 종종 마주쳤던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의 부인 김춘희 여사가 바로 이 '무삼'에 수를 놓아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무삼'을 짜는 장인들이 없어지면서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무삼을 비로소 알게 된 것은 김춘희 여사가 40여 년 이상 무삼을 화폭 삼아서 수놓아 만든 '무삼 작품'을 공개하 국제무역사고사장 는 전시회를 오는 15일부터 소헌미술관에서 개최하면서다. 소헌미술관 개관 11주년을 기념해 '무삼 위에 피어낸 40년 세월 흔적' 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전시회에서 김 여사는 무삼 위에 한 땀 한 땀 수놓아 만든 이불과 베개, 베개잇, 상보 등 30여 점을 선보인다.




회사 김춘희 작, '이불' 소헌미술관 제공


무삼은 겉껍질을 훑어내지 않은 채 삼을 삼고 잿물에 우려내 베를 짠 거친 포를 일컫는다. 베가 거칠지만 질기고 통기성이 좋은데다 항균성까지 있어 작업복 등 일반 서민들이 일상 속에서 널리 사용했다. 그러다보니 천한 옷감으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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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희 여사는 어쩌다가 이 하찮게만 여겨지는 '무삼'을 붙들고 '씨름'을 해 왔을까? 경북 영주가 고향인 김 여사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무삼을 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랐다. 그래선지 다른 형제들과 달리 무삼이 그저 좋았다. 여름날 어머니가 무삼으로 만든 홑이불을 덮으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결혼과 함께 바쁜 일상이 시중은행 순위 찾아왔다. 공무원인 남편의 잦은 이동으로 수시로 이삿짐을 싸야했고 아이들은 아토피를 앓아 무척 힘들었다. 이때 문득 무삼이 생각났다. 피부에 좋은 '여름살이 옷감'이 무삼이기 때문이었다.




김춘희 작, '베개잇. 소헌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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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혼할 때 어머니가 준 무삼을 찾았다. 대부분 시간의 풍화 작용으로 낡아버렸다. 그러나 버리는 대신 무삼 자투리에 수를 놓아 되살리는 작업을 시작했다. 뜻밖에 수놓는 재미가 붙어 베개잇과 침대보, 홑이불에까지 수를 놓아갔다. 십자수가 무삼에는 제격이고, 무삼 빛깔과 보색대비가 가장 잘 이뤄지는 게 '딸기'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때부터 김 여사는 딸기 십자수를 고집해 왔다. 딸기 한 알을 수놓는데 2-3시간이 걸릴만큼 수놓는 일은 고되기만 했다. 그러나 수놓고 있는 동안만은 세상사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고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그렇게 무심한 마음으로 무삼 위에 수를 놓으며 40여 년을 지내왔다. 수예작품을 만들겠다는 뜻은 없었다. 그저 낡은 무삼베를 버리기 아까워서 십자수를 놓아 생활용품으로 계속 쓰려고 했을 뿐이다.그렇게 수십년 동안 수를 놓다보니 집게손가락 끝마디가 어느틈엔가 휘어져버렸다. 목도 어깨도 물론 탈이 나고 말았다.




김춘희 작, '베개'. 소헌미술관 제공



김 여사는 자기가 만든 것을 전시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질녀이기도 한 장경선 소헌미술관 관장의 끈질긴 권유에 못이겨 보관 중이던 작품에다 새로 몇 점을 만들어 전시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질녀가 아니었으면 김 여사의 무삼 작품들은 세상 사람들에게 선을 보이지 못할 뻔했다. 전시를 준비하다보니 김 여사는 '도지사 부인 시절' 어떻게해서든 '무삼'을 활성화시켜 보려고 뛰었지만 끝내 이루지 못했던 일들이 새삼 떠올랐다. 지금도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는 생각이다. 이제는 안동에서조차 무삼을 구하기가 '하늘에서 별따기'가 되고 말았다.




김춘희 여사의 '무삼 위에 피어난 40년 세월 흔적'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장 모습. 소헌미술관 제공


한 사람의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오랜 인고의 시간을 예술혼으로 수놓은 '무삼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건 우리 세대까지에만 주어진 호사이자 행운인지 모르겠다. 언제 또 이런 '무삼 작품들'을 볼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이번 전시는 한편으로는 사라져가는, 잊혀져가는 우리 문화자산에 대한 헌정이기도 하다.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계속된다.
송태섭 기자 tssong@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