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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좀 이상한 책이 나왔다. 카피라이터 정신이 자신의 영수증을 소재로 글을 쓰고, 사이이다가 영수증이 주인공인 사진을 찍고, 공민선이 책 꼴로 만들었다. 세 명은 친구 사이다. 남들이 오해하는(오해하도록 의도된) 책 제목 ‘정신과 영수증’은, 21살쯤 정신과 사이이다가 만나 광고회사를 차리면서 지은 이름을 그대로 쓰면서 만들어졌다. 책은 영수증 같은 삭막한 종이에서 세상 가장 말랑말랑한 이야기를 끌어낸다. 백열전구 영수증에는 전구를 갈아 끼운 날 ‘옆집에서 새우튀김을 하는 소리’처럼 비가 오던 추억이 적혔다. 짝사랑 프리워크아웃신청 도, 이사한 기쁨도, 고기를 사 갔는데 엄마는 외출한 그러한 사소한 순간도 선명하게 박힌다. 마치 사진처럼, 영수증처럼. 정신은 영수증을 계속 모았다. 그래서 2025년 ‘40세 정신과 영수증’이 나올 수 있었다. 2025년 48살의 정신은 미국에서 결혼해 아이를 한 명 두었지만, 2017년 미국 포틀랜드로 ‘당신’을 만나러 간 40살의 이야기를 영수증을 창원직장인밴드 보면서 되살렸다. 성경을 두 시간씩 읽고, 데이팅앱을 두 시간씩 하고, 결국 운명처럼 결혼 상대를 만난 시절의 순간순간이 이번에도 선명하게 지나간다. 사이이다는 미국으로 가서 영수증을 두고 사진을 찍었다. 북토크를 위해 미국에서 온 정신이 사이이다와 함께 지난 22일 저녁 마포구 연남동 책방곱셈에서 독자를 만났다.
영수증은 ‘기록’이라는 제2금융이자 수많은 방법 중 하나다. 정신은 영수증을 한달마다 묶어서 트렁크에 보관한다. “내가 다 기억하지 못했던 이런 기록들이 순차적으로 남아 있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그때그때 메모해 둔 게 있어서 매칭을 하면 책을 몇 권이라도 쓰겠더라고요. 책은 24살에서 40살로 뛰었지만, 그 사이 나이도 다 쓸 수 있고, 나이를 내세우는 게 아니라, 아이를 기르면서의 기록, 개인사업자대출조건 음식에 관한 기록 등 주제별로 만들 수 있죠. 다큐멘터리로 쌓여 있는 데이터를 제가 다 편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이이다는 사진을 찍으면서 영수증으로 남지 않은 ‘사이’의 이야기를 생각했다. “정신의 글은 시나리오처럼 느껴졌어요. 24살 때는 영수증을 중심으로 한 사진이었는데, 40살에서는 영수증은 없지만 연결되는 이야기를 할부회선초과 발견하려고 했어요.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고 바라봤을 하늘, 자전거를 타고 뛰쳐나갔을 거리 같은 것을 떠올렸어요. 영수증은 발급되지 않는 사이사이의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그걸 받아 정신은 말한다. “가사 노동도 영수증이 없죠. 그런데 자기 스스로 발급할 수 있어요. 제가 친구에게 받은 가격이 없는 마음의 선물을 친구에게 영수증 발급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이야기도 우리끼리 나누었어요.” 최근의 영수증은 온라인으로 대체되는데 정신은 그것도 즐긴다고 한다. “검색해서 찾아내기가 쉬워서”다. 정신은 영수증을 편집하면서 세월을 편집했다.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좀 미련스럽게 붙잡고 있는 것들을 떠나보내고 싶었어요. 그렇게 떠나보내면서 새롭게 오는 것이 느껴졌어요. 떠나보낼 수 있게 생겼다. 저는 독자들이 책을 덮었을 때 나도 써볼 수 있겠는데 하는 것을 바랐어요. 당신의 영수증 이야기를.”
독자는 24살과 40살의 경험들이 쌓여서 뾰족한 기준을 발견하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사회를 본 책방곱셈 최혜진 대표는 자신의 폭넓었던 이력을 들려주고 “뾰족해지기 위해서는 넓어져야 한다. 깊게 하기 위해서는 한 자리를 파면 안 되고, 넓게 파다 보면 더 깊게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이이다는 절망에 대처하는 자신만의 비법을 전해주었다. “저는 감정을 싣기 전에 폴더가 정리되고 바탕화면이 말끔하고 책상 위가 깨끗하고 바닥을 맨발로 딱 디뎠을 때 상쾌한 느낌, 이런 기반을 만들려 해요. 그렇게 리마인드와 리셋을 한 뒤 생각해보죠. 다들 휴대전화에 사진 몇 장 있으세요. 저는 친구와 카페에 약속을 정해 만나서 그걸 해요. 한번에 다 하려고 하지 마시고 30분 정도씩 조금씩 하세요. 작년 거를 해놨잖아요. 그러면 올해 것만 하면 되니까, 마음부터 홀가분해지죠.”
참여한 독자들은 사이이다의 휴대전화 사진 정리 수강권을, 정신의 ‘온라인 뒤풀이’ 초청장을 지닌 채 자리를 떴다. 오늘의 영수증이 발급되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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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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