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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청자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굳이 말을 덧붙일 필요가 있을까. 옥색을 닮은 그 오묘하고 투명한 색상이 주는 우아함과 상감기법으로 구현해 낸 다양한 장식성까지... 한 눈에도 그 가치가 느껴지는 고려청자는 우리의 대표 문화재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청자의 세계는 생각보다 넓어서 상감청자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시는지. 단아하고도 매끄러운 자태, 거기에 때로는 귀여움과 상상력까지 겸비한 모양으로 빚어낸 청자들도 있다.

이런 청자들을 모은 고려 상형청자 전시회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지난해 11월 말부터 열리고 있다(전시는 오는 3월 3일까지, 전시 정보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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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 상형청자전 국립중앙박물관 고려 상형청자전


ⓒ 서혜진 전세자금추가대출




상형청자는 동물, 식물, 인물 등의 형상을 본따서 만든 청자인데, 이번 전시를 통해 각지의 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다양한 모양의 청자가 모였다.

이번 전시는 고려 상형청자를 주제로 조명하는 첫 전시라고 하는데, 청자 월화드라마 를 만들어내던 가마터 유적을 통해 상형청자의 제작과정과 함께 다양한 모양을 띄고 있는 청자들을 만날 수 있다.
아름다우면서도 실용적인 청자
처음에는 그저 항아리나 주전자, 술잔 등이 필요해서 토기나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했을텐데, 언제부터 그것에 모양을 더하기 시작했을까? 전시는 고려 상형청자 제작의 시작을 신라와 가야에서 쇼핑몰 사업자 만들어진 토우장식 토기와 상형토기에서 찾고 있다.

상형청자는 아름다운 자태를 띄고 있으면서도 그릇 고유의 실용성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이다. 굳이 필요하진 않지만 장식을 추가하고, 때로는 아름다움을, 때로는 기발함을, 때로는 유머를 담아내어 창의적이고 독자적인 상형청자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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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자 어룡모양 주자 물고기와 용이 결합된 상상의 동물인 어룡. 용 머리 아래로 동그란 형태로 부푼 듯한 몸과 그에 맞춰 둥근 형태를 띈 앞지느러미의 조형미가 놀랍다.


ⓒ 서혜진




각종 동식물과 인물의 형상을 어쩜 이렇게 주전자, 향로, 연적 등에 자연스럽게 녹여내었을까. 선조들의 아기자기하면서도 멋스러운 미적 감각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신선하고 기발, 이렇게 다양한 청자 보셨나요
상형청자전에서 만나는 청자들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신비로운 상상의 동물의 모양으로 만들어진 청자를 보며 옛사람들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고, 일상 속의 동물들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때로는 섬세하게 만들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 청자 연꽃모양 연적과 청자 연꽃모양 완 탐스럽게 둥근 연꽃 봉오리와 봉긋 솟은 연꽃봉오리를 그대로 담아낸 형태로 두 손 모아 올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 서혜진




동물의 형태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신선하고 기발한 재미를 가지고 있었다면, 꽃과 과일 등 식물의 형태로 만들어진 고려청자에서는 매끈한 곡선의 미를 발견할 수 있다.


중국에도 이런 형태의 청자들은 있지만,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담으면서도 안정성있는 형태로 빚어 곡선의 우아함을 살린 점이 우리 청자의 특징이라 생각된다.










▲ 청자 원앙모양 향로뚜껑  머리와 날개의 섬세한 깃털 표현과 전체 몸체를 이루는 곡선, 부리에는 금박장식을 더해 포인트를 살렸다.


ⓒ 서혜진




개인적으로 전시회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인물모양으로 만들어진 청자였다. 그동안 이런 형태의 청자를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에, 청자로 이런 작품도 만들어냈다는 점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 청자 사람모양 주자 복숭아를 들고 있는 이 인물은 중국의 곤륜산에 살면서 불로장생의 복숭아를 준다는 서왕모 또는 서왕모와 관련된 인물로 추정된다고 한다.


ⓒ 서혜진




아름다움 속 '깨알' 재미

그동안 자주 보지 못했던 청자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도 즐거운 재미이지만, 언제 보아도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는 고려청자의 대표작들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의 고상하고도 우아한 미학, 그러면서도 '깨알' 재미까지 담겨있는 보물 중의 보물들이다.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는 제각각 다른 형태를 띄는 상-중-하 부분이 모여서 이루는 자연스러운 조화미가 특히 뛰어난 작품이다.










▲ 청자투각칠보무늬향로 중간의 연꽃은 꽃잎을 하나하나 만들어서 붙여내어 더욱 생생하고 섬세한 느낌을 준다. 하단의 앙증맞은 토끼가 매력을 더한다.


ⓒ 서혜진




속이 비어 있는 형태로 만들어진 상단 부분과 꽃잎을 하나하나 만들어서 붙여내어 더욱 생생하고 섬세한 느낌을 주는 중간 부분, 그리고 심플하면서도 세세한 특징을 잘 잡아내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의 백미라 할 수 있을 하단의 앙증맞은 토끼까지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 청자 양각 동화 연꽃무늬 조롱박모양 주자 자세히 보아야 발견할 수 있는 동자승. 주전자 중턱에 연꽃 봉오리를 소중하게 안고 있는 작은 동자가 너무 귀엽다.


ⓒ 서혜진




리움미술관에서 소장중인 <청자 양각 동화 연꽃무늬 조롱박모양 주자> 역시 찬찬히 살펴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인데, 주자 중턱에 연꽃 봉오리를 소중하게 안고 있는 작은 동자, 넝쿨처럼 표현된 손잡이 위에 앉아있는 개구리와 연꽃 봉오리 끝을 오르고 있는 작은 애벌레를 발견할 수 있다.

사방을 돌아가며 구석구석 살펴 보다보면, 우리 청자에 대한 애정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미디어 패드를 통해 청자의 단면을 3D로 살펴볼 수 있는데, 우리가 실제로 이리저리 돌려보기 힘든 유물을 샅샅이 살펴보며 청자의 속까지 살펴볼 수 있다. 겉으로는 완벽해 보였던 주자가 알고보니 주구가 막혀 있었다는 재미난 사실을 새로 알게 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2025년 3월 3일까지 열리고 있으니, 전통 문화재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다. 한자리에 모아 놓은 상형청자들을 찬찬히 살펴보며 소소한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듯 하다.
덧붙이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