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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크게 움츠러들었던 한국영화산업이 제대로 회복되지 못한 채 추락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붕괴 직전으로 내몰렸던 영화산업은 2023년부터 이전의 50% 수준까지 회복됐다. 이후 여기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이내 다시 뒷걸음질 하는 모양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19년 2억 2000만 관객을 돌파한 이후 5900만까지 떨어졌던 관객 수는 2022년~2024년까지 최근 3년 동안 1억 1000만~1억 2000만 사이를 오갔다. 그러나 올해는 심리적 마지노선과 같은 1억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영화산업 전체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올해 4월까지 전체 관 사금융추가대출 객은 2800만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000만 명과 비교해 1200만 명이 감소했다. 5월 들어서도 감소세는 계속되고 있는데, 5월까지 전체 관객은 3500만 명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해 5100만에 비해 1600만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이 갈수록 지난해와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데, 올해 들어 1천만 관객을 넘은 달이 한 번도 없을 만 만20세이하 큼 관객 수 감소는 심각한 상황이다.

30년 추락한 한국영화










농협nh캐피탈 ▲  서울 시내 한 영화관


ⓒ 연합뉴스




이런 흐름은 기시감이 있다. 1960년대 한국영화 1차 르네상스로 불렸던 시기가 지나고 속절없이 추락하던 때와 유사하다. 여기서 1960년대 은퇴자금계산기 이후 한국영화의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45년 해방 이후 한국영화 관객이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1960년대 후반이었다. 한국영화연감에 따르면 1964년 1억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1968년 1억 7700만 명의 관객을 기록했다. 이듬해인 1969년에는 1억 7300만이었다. 당시 1인당 관람횟수는 5.7회로 is론카드 2019년 1인당 관람 횟수 4.4회보다 훨씬 높았다. 지금처럼 전산망이 있었던 시기도 아니었고, 수기로 집계했기에 실질 관객 수는 공식 집계보다 더 많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객의 증가는 극장 수도 크게 늘렸다. 1959년까지 2백개 남짓 불과하던데 1960년대에 들어 두 배로 증가했고, 1971년 717개로 정점을 찍기도 했다.










▲  1960년대 한국영화 1차 르네상스 시절 극장 앞에 모인 관객들


ⓒ 국가기록원




하지만 1970년대 들어 한국영화산업은 끊임없이 추락했다. 영화산업 성패의 기준인 관객 수는 계속 내리막길이었다. 당시 원인은 TV의 등장과 고속도로 개통 등이었다. 극장을 찾던 관객은 스크린 대신 TV 앞으로 모였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닌 전 세계적이었다. TV의 등장은 영화산업을 장기 침체로 몰아넣었다.

1974년 1억 관객이 무너졌고, 1982년에는 4200만까지 내려 앉았다. 1인당 관람횟수는 1.2회에 불과했고, 외국영화를 뺀 한국영화의 경우는 0.5회였다. 이후 4천만 대에 갇혀 있다가 2000년대 초반 5천만을 넘어섰던 관객 수가 1억을 회복한 것은 2002년으로, 1973년 이후 29년 만이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한국영화산업이 회복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1990년대 영화운동에 나섰던 세대들이 충무로의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였다. 한국영화에 문제의식이 있던 이들은 검열로 대표되는 권력의 통제에 저항했고, 이를 바탕으로 1990년대 후반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대를 다시 열었다. 하지만 이 흐름이 이어지다가 팬데믹으로 인해 꺾인 것이다.
방관하느냐 정책으로 살리느냐 기로
다시 현재로 돌아와 최근 한국영화 침체를 말할 때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관람료 인상 등과 함께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들고 있다.
그러나 예전과 비교해 1960년대 TV 등장 이후 극장과 TV의 경쟁은 늘 상수였다. 1980년대는 유선방송이 등장했고, 1995년부터는 케이블TV가 생겨나면서 영화 전문 채널까지 만들어졌다.
하지만 오랜 시간 부침 속에서도 극장 스크린의 매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TV 등장 이후 전 세계적인 극장 침체는 10년 정도 시간이 흘러 한국보다 일찍 회복됐다. 국내에서도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관객수가 폭증하며 스크린 우위가 유지했다.
따라서 현재 OTT가 다시 극장으로 상징되는 영화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으나, 앞선 흐름을 볼 때 스크린의 경쟁력이 사라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문제는 지금의 침체가 장기적으로 가느냐, 아니면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느냐다. 만일 하락하는 흐름이 멈추지 않는다면 침체기가 길어질 수밖에 없고, 영화산업의 경쟁력 약화도 뻔하기 때문이다. 1억 관객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이게 무너지면 안 된다는 것이 영화계의 바람이기도 하다.
해법은 정책에 있다. 1970년대 이후 한국영화의 극심한 침체에는 수구적 독재 권력의 억압정책도 역할을 했다. 통제와 검열이 일상인 사회는 한국영화의 숨통을 가로막았고 창작과 표현의 자유가 제약된 현실 속에 한국영화의 질적 저하는 심해졌다. 활로가 된 것은 1987년 6월항쟁이었다. 검열의 벽이 하나둘 깨졌고, 제도적 억압도 점차 느슨해졌다.

1990년대 김대중 대통령으로 시작된 민주정부 등장은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기 맞물리며 호황의 시대를 맞게 했다. 국제영화제들이 시작됐고, 정부의 지원도 한몫했다. 영화진흥공사가 영화진흥위원회로 바뀌며 자율성이 확장됐다. 영화발전기금도 정부 출연을 통해 확충됐고 노무현 정부가 끝날 즈음에는 독립영화전용관이 설립되며 지평을 넓혔다. K-영화의 토대가 마련된 것이었다.










▲  블랙리스트 항의 시위를 벌이는 문화단체 회원들


ⓒ 블랙리스트 이후 제공




그러나, 이후 10년은 블랙리스트로 대표될 만큼 힘든 시기였다. 창작과 표현의 자유가 수구적 정치권력이 자행한 차별과 배제로 인해 고통을 겪어야 했다. 영화제 상영작에 대한 상영 중지 압박 등은 대표적이다. 정치적인 탄압으로 인해 한국영화는 창작대신 대정부 투쟁에 집중해야 했다. 2017년 대선 이후 다시 정상으로 돌아간 듯했으나 2022년 윤석열 정권의 등장은 이를 다시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다.

블랙리스트의 재발로 평가될 만큼 윤석열 정권에서 영화정책은 없었다고 할 수준이었다. 대표적으로 오랜 시간 공들여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지역 영화 지원사업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한국영화 세계화의 주춧돌 역할을 했던 국내 영화제 지원사업은 박근혜 정권 때보다 예산이 더 줄어들며 후퇴했다. 영화기관에는 전문성 없는 낙하산들이 내려앉았고, 한국영화의 토대를 닦아온 서울독립영화제 예산을 없앤 것은 영화계 전체의 반발을 샀다.
이렇듯 정부의 정책이 한국영화의 위기와 동떨어져 있으면서 영화산업의 위기는 심화하는 중이다. 그래서 새로운 정부의 의지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배제와 차별의 정책이 아닌 올바른 진흥 정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현실에서 6월 3일 대선은 기로가 될 전망이다. 한국영화가 다시 회생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다시 끝없는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댈 것인지, 매우 중요한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