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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공방' 여파로 충청권 반도체 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국정 운영 마비로 정부가 추진하려던 각종 경제 정책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해 마련됐던 특별법 등도 좌초될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8일 지역 반도체 업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정부·여당이 추진하던 반도체 산업지원 정책 및 관련법 처리는 '탄핵 공방'과 맞물려 연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 내부에선 반도체 기업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를 예외하고 보조금을 지원하는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반도체특별법)이 여야 간 합의 처리는커녕 아예 무산될 수 있다는 회의적인 서울신용보증재단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기업에 대한 저리대출 공급, 투자세액 공제 등을 골자로 한 정부 지원책도 뒤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R&D) 장비 투자에 대해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적용을 추진하는 내용의 '반도체 생태계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반도체 생태계 지원책을 통해 공인인증서인터넷대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팹리스(설계 전문 회사) 등 분야에 대해 내년 총 14조 원 이상의 정책대출·펀드를 집행하기로 했다. 또 국가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대한 정부 지원 한도를 현 500억 원에서 상향하는 등 추가 지원 방안도 모색할 계획이었다.
충남 한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했던 투자세액공제나 정책대출·펀드 조성 등 모 국고채5년 두 업계에 필요한 정책이었다"며 "하지만 갑작스러운 계엄 사태로 국정 운영이 마비되면서 이 모든 게 뒤로 미뤄지게 됐다. 다시 언제 논의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재 반도체 업계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노심초사 중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추가 관세, 보조금 축소 등을 예고하면서 기존의 자국 우선주 주택청약저축통장 의 기조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정부는 이와 관련된 예고편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의 기술 확보 대응을 위해 강력한 수출 통제를 실시하기로 한 것.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 2일(현지시간) 중국이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확보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 캐피탈사 국 등 다른 나라의 대(對)중국 수출을 통제한다고 밝혔다. 현재 전 세계 HBM 시장은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의 마이크론이 장악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이번 수출 통제를 적용받는 셈이다.
이처럼 반도체 관련 대기업들이 궁지에 몰리자 소부장, 팹리스 분야 중견·중소기업들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산업 재편이 머지않은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등 협상 골든타임을 놓치면 K-반도체 자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전의 한 소부장 업체 관계자는 "현재 반도체 업계는 존립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댈 정부의 역할과 의지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뜬금없는 계엄 사태로 국정 운영이 마비된 지금, 업계는 기댈 곳 하나 없이 오로지 기업의 힘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하게 됐다. 탄핵 전후라도 여야가 공조해 산업 지원 메시지를 꾸준히 내야 한다"고 우려했다.